박노해 2

박노해 시인에게 간곡히 권한다(1999)

유 시 민 《중앙일보》가 석 달 동안 연재한 ‘얼굴 있는 시인’의 산문 는 하나의 파격이었다. ‘좌익 무기수’ 출신에게 한 면을 통째로 내주고, 거기에다 임옥상 화백의 품격높은 그림까지 총천연색으로 곁들였으니. 그런데 월요일 아침 박노해의 글을 읽을 때마다 왠지 입맛이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그 씁쓸함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딱 꼬집어낼 수 없었기 때문에 속이 더 불편했다. 그런데 열한 번째 산문 ‘오늘은 다르게’(7월 12일)를 보고서야 나는 몇 달 동안이나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을 풀었다. ‘박노해가 변절했다’거나 ‘박노해는 변함없는 빨갱이’라는 ‘수군거림’에 대한 그 자신의 대답이 열쇠였다. “변화와 변절은 다른 것이다. 맛이 가더라도 썩어 변질된 맛과 잘 익어 승화된 맛은 전혀 다르다. 내가 변하지 않..

정치 2018.06.14

박노해의 글

감옥에서부터 “정신으로서의 사회주의는 지켜가야 하지만 현실체제로서의 사회주의는 잘못됐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세요. 그러나 세상을 닮거나 따르지는 마세요.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나는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이 좋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옷이 좋았고, 기품 있고 우아한 여자가 좋았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고 유명해지고 힘있는 게 좋았다. 왜 나는 그 욕망을 떳떳이 긍정하지 못했을까. '노동의 새벽’이란 시의 첫 구절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아이 둘 가진 노동자의 말 “선생님. 저도 노조에 참여하고 가진 자들 욕도 하고 잘못된 세상 확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다..

정치 2018.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