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시 민 《중앙일보》가 석 달 동안 연재한 ‘얼굴 있는 시인’의 산문 는 하나의 파격이었다. ‘좌익 무기수’ 출신에게 한 면을 통째로 내주고, 거기에다 임옥상 화백의 품격높은 그림까지 총천연색으로 곁들였으니. 그런데 월요일 아침 박노해의 글을 읽을 때마다 왠지 입맛이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그 씁쓸함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딱 꼬집어낼 수 없었기 때문에 속이 더 불편했다. 그런데 열한 번째 산문 ‘오늘은 다르게’(7월 12일)를 보고서야 나는 몇 달 동안이나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을 풀었다. ‘박노해가 변절했다’거나 ‘박노해는 변함없는 빨갱이’라는 ‘수군거림’에 대한 그 자신의 대답이 열쇠였다. “변화와 변절은 다른 것이다. 맛이 가더라도 썩어 변질된 맛과 잘 익어 승화된 맛은 전혀 다르다. 내가 변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