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문 대통령 특별기고, 특별미사 기념사

스카이7 2018. 10. 17. 12:09

 

“교황 성하의 축복으로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한-교황청 수교 55주년을 맞아 교황청을 방문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교황청이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주신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신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예수의 삶에서 민주주의는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높은 곳을 버리고 지극히 낮은 곳으로 오셨습니다. 가난한 이들, 힘없고 아프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예수님 곁에서는 지위 고하, 빈부와 남녀의 차이를 불문하고 사람으로서 똑같이 존엄했습니다.


가톨릭은 하느님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교리를 가지고 한국에 왔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으므로 모두가 똑같이 존엄하다는 가톨릭의 인간관이 신분사회에 속해있던 한국을 깨어나게 했습니다. 이러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많은 한국인들이 순교했습니다.


한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지만 ‘성경’을 통해 민주주의를 익히고 불의와 맞서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군사독재시절 한국의 ‘성당’은 민주주의의 성지였고, 피난처였습니다.


많은 사제들이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라 민주화 운동에 함께 했습니다. 평신도들도 “세상 가운데 있는 교회의 사람이요, 교회 안에 사는 세상의 사람”으로서 예수님의 삶처럼 정의와 평화, 사랑의 구현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한국에서 가톨릭이 존경받는 이유입니다.


한국 가톨릭은 불의한 국가폭력에 맞섰지만 끝까지 평화를 옹호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이며, 그 길은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일깨워주었습니다. 2017년 추운 겨울의 그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촛불혁명의 정신에 그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2018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국민의 여정에서 교황 성하의 기도와 축복은 큰 격려와 희망이 되었습니다. 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화해와 평화를 위한 “만남의 외교”를 강조하신 교황 성하의 메시지를 항상 기억했습니다.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달 평양에서 역사적인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남·북한은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고 마주 앉았습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고 한미 양국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했습니다. 만남과 대화가 이룬 결과입니다.


예수님은 증오를 없애고 화해를 낳기 위해 희생하셨습니다. 그리고 평화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 후 제자들에게 “평화가 함께하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남북이 만나고, 북미가 대화하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분단과 대결을 평화를 통해 번영으로 부활시킬 것입니다.


지난 9월의 평양 방문 때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여 김희중 대주교께서 함께 가셨습니다. 남·북한 가톨릭 간의 교류를 위해서입니다. 교황청에서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남북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 항구적 평화는 정치와 제도가 만들어낸 변화 이상이 필요합니다. 단지 경제적 이익을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가 형제처럼 아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나는 지난 9월 ‘사람중심’의 국정철학을 기반으로 ‘포용국가’를 선언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폭력과 혐오, 차별과 착취, 무관심과 무관용, 불평등과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물질문명과 무한경쟁사회의 한 줄기 빛으로, 시대의 아픔을 포용하는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예수가 이루고자했던 사회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포용을 추구하는 한반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나와 우리국민은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 성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깁니다.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포용국가를 향해 굳건히 나아갈 것입니다. 그 길에 교황 성하의 축복과 교황청의 기도가 언제나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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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가톨릭의 고향,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한반도 평화기원 특별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신 국무원장님, 그리고 따뜻하게 환대해주시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황청 관계자들께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깊이 감사드립니다.


반세기 전인 1968년 10월 6일, 이곳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의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 퍼졌습니다. 500여명의 한국 신자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은 지금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날 강론에서 "한국교회의 훌륭한 표양을 본받으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부여된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습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한국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사회적 약자와 핍박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때로는 거리에 서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위한 가톨릭 교회의 헌신을 보면서 가톨릭을 모범적인 종교로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에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남북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세계에 천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습니다. 지뢰도 제거하고 있습니다. 무력충돌이 있어왔던 서해 바다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교황성하께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초의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교황청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었습니다. 교황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습니다.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기독교와 유럽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주었습니다. EU가 구현해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입니다.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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