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음모론

스카이7 2025. 8. 14. 13:00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6131
전상진 

음모론  고통을 설명하는 이론

제도형 종교는 신이 나보다 위에 있다고 인식합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라도 신이 주는 것이라면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고통을 다스릴 방법을 찾죠. 반면, 주술형 종교는 내 위에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고통을 받아들이기보다 부적을 쓰고, 점을 보고, 굿을 벌이고, 치성을 들이는 등 수단이나 의례로 고통을 없애려 하죠. 내가 겪는 고통을 주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위치로 자신을 올리려는 겁니다.

레거시 미디어가 전하는 뉴스는 고통의 원인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인내해야 한다'는 인식을 줍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작당모의를 해서 자신들을 해치려 한다는 식으로 현실을 해석하거든요. 그러면 결국 그 '적'을 찾아내 제거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극우 유튜버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 주술형 종교의 심리 구조에 빠져 있다고 보여요

음모론 작동 방식은 두 가지로 추릴 수 있습니다. 첫째는 권력자가 통치를 위해 음모론을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에 해당해요. 둘째는 시민이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음모론을 활용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국민 먹거리에 대해 무신경하고 무책임하다고 느낄 때,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음모론이 도구로 쓰이는 것입니다. 사회 엘리트의 조직적 무책임과 시민들의 지속적인 고통이라는 기름진 토양 위에서, 음모론이 배양되는 거죠

음모론은 패자의 고통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승리해 대통령이 됐음에도 음모론을 띄웠어요. 각종 스캔들로 수세에 몰리자,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기 위해 음모론을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음모론자는 그 동기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념 윤리를 바탕으로 한 '신념형 음모론자', 그리고 음모를 통해 얻는 이익이 동기가 되는 '기회주의형 음모론자'입니다. 성공을 위해서, 좋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음모론을 꺼내는 거죠. 윤 전 대통령은 후자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들은 매니키안(Manichaean)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매니키안은 세상을 명과 암, 선과 악으로 나누고 이를 아마겟돈의 전쟁처럼 여깁니다. '정권을 빼앗기면 저들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거죠. 그렇게 믿어버리면, 죽임을 피하기 위한 명분에 의해 모든 폭력이 정당화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아마겟돈을 벌이고 있는 거죠.

신도들 눈에는 이들이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로 보이겠죠. '누구를 죽여야 한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요. 하지만 사역자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세상을 설명하려면 특정한 선호가 없어야 하죠. 신도들을 천당으로 인도하는 게 아니라, 지옥으로 가는 길을 내가 막아주겠다는 식의 전도인 겁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겪지 않는 고통을, 마치 실제로 겪는 것처럼 느끼게 세뇌하는 것이죠.

<레트로토피아>라는 제목에 세계 우경화의 핵심이 담겨 있어요. 우경화하는 나라들은 과거를 유토피아로 봅니다. 유럽과 미국은 19~20세기에 쌓아왔던 헤게모니의 '청구서'를 지금 받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 식민지로 삼았던 나라들로부터 난민이 유입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과거에 느꼈던 안정감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거예요. 그 원인을 이민자와 이주민에게 돌립니다. 결국 '청구서를 받지 않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비전이 대중에게 먹히는 겁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우경화는 양상이 다릅니다. 국민의힘의 우경화는 정치적 산술에 따른 결과로 보여서, 퇴행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정치 파트너나 경쟁자가 아닌 대결 상대로 보고 있는 것

정치에는 두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해 시민을 앞으로 이끄는 정치이고, 다른 하나는 악마를 설정해 공포를 조장하는 정치입니다. '저 악마가 설치면 우리는 끔찍한 상황에 빠질 거야'라며 악마로 지목한 타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동시에, 그 악마를 제대로 징치하지 못한 시민에게도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죠. 지금 국민의힘을 보세요.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슬로건 하나뿐입니다. '우리 가게에 오시면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가 있습니다'가 아니라, '저 가게에서 사면 큰일 나는데, 그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한다'는 식입니다. 이런 정치가 먹히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사실 그들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 나쁜 인물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자신들이 느끼는 고통을 쏟아낼 창구가 필요했던 거죠.

국민의 일부가 음모론에 쉽게 휘말린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사는 게 고통스럽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고통을 이해하고 해소할 방법은 있을까?  우리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게끔 해줘야 할 문화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고통스러운 이야기만 던지니까요. 과거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황금기로 우리를 이끌겠다고만 하니까.

자신의 고통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찾아보라.

지난 6·3 대선에서 20대 남성 74%, 30대 남성 60%가 이준석·김문수 후보를 뽑았잖아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들고 나온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희생양을 만들어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정치가 여전히 2030 남성들한테 통하고 있다는 겁니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면 자신이 겪는 고통의 본질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반면,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나면서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설명할 언어를 갖게 됐습니다. 고통의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젊은 남성들은 이런 학습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결국 고통의 원인을 모르니,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고, 그 결과 증오와 혐오가 쌓이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결국 극우나 대안 우파에 손을 뻗게 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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