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맛' 잃은 한국교회, 사회격리가 필요하다
지유석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신신당부했다. 현대적 의미로 그리스도교 성도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올림픽 개막 직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성사됐고, 개막식을 즈음해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다녀갔다. 이어 폐막식에 발맞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방남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집권 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탄 셈이다.
그러나 보수 자유한국당은 이런 흐름이 못마땅했는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폄하하는가 하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며 방남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런 와중에 보수 개신교계는 구국기도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했다. 이들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보수 개신교계 역시 일련의 남북화해 흐름을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인다.
사실 보수 개신교계는 반공주의의 온상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이 땅에서 벌어진 잔혹한 양민학살의 배후엔 늘 기독교가 자리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제주4.3 당시 학살을 자행했던 서북청년단의 뿌리는 바로 기독교였다. 그리고 전쟁 이후 개신교 교회는 반공주의를 열렬히 설파했다. 지난 2014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성서대전 청장년 여름수련회>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해방되기 전 이미 국토는 분단됐고, 분단된 지 5년 만에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에 휩쓸렸다. 3년간 수백만이 죽었다. 그리고 혹독한 냉전 상태에 돌입한지 벌써 61년이 됐다. 이 긴 기간에 우리는 동족을 주적으로, 사탄으로 증오해 왔다. 정말 한심하게도 이 일에 기독교인이 앞장서 왔다."
퇴행 징후 역력한 한국교회
그리스도교는 예언의 종교다. 여기서 말하는 예언이란, 특출난 예지력으로 특정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영민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예언의 본질이다. 따라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과 예수 그리스도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들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시대를 앞서가기는 커녕 퇴행하고 있다.
구국기도회 이후 여론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그 이유도 한국교회의 퇴행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아무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한국교회가 딱 이꼴이다.
아무래도 이런 교회의 모습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종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시대흐름, 특히 우리 민족의 운명이 달린 남북화해 국면을 정면으로 거스르는데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부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사회가 이들의 준동을 방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 마태오복음 5:13(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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