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조업과 일자리

스카이7 2018. 6. 29. 16:16


강인규


생산직 1개가 없어지면 6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한국 대중들이 갖는 가장 큰 착각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별개로 보는 것이다. 공장이 해외로 이전해 생산직 일자리가 사라지면 기계, 부품, 운송, 건설을 맡은 협력사들과 그곳 직원들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다. 노동자가 실직하면 중간관리자도 불필요해지고, 디자이너나 연구직도 머잖아 사라진다.


앞에서 군산시의회가 성명을 내어 지엠공장 폐쇄가 "최소 5만 여명 이상의 생계가 달린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고 우려한 것을 상기해 보자. 그곳에서 고용돼 일하던 직원들은 2000명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최소 5만 명'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일까? 혹시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려고 수치를 살짝 과장한 것은 아닐까? 


천만의 말씀이다. 2012년 <뉴욕타임스>는 서비스업이 결코 제조업을 대신할 수 없는 까닭을 통계수치로 제시했다. 1000개의 자동차 생산직이 만들어질 때마다 경영관리직 260개가 생겨나고, 271개의 기술연구직, 부품조달과 물류 등 총 4712개 이상의 파생 일자리가 생겨난다. 한 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화이트칼라직을 포함 5개의 추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직 하나가 사라지면 6명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2000개의 생산직 소멸은 1만2000개의 자리를 빼앗아가고,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5만 명에게 경제적 타격을 입히게 된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장 주변에 밀집해 있었을 은행 영업소며, 삼겹살집, 중국집, 치킨집 등을 생각해 보라. 공장의 시설투자를 위한 대출이나 거래처 송금 등으로 인해 공장은 은행의 큰 고객이며, 월급날이면 고깃집이나 치킨집에 '한턱 쏘는' 손님들로 넘쳐났을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매우 높은 임금을 받지만,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임원들과 달리 소비 지출이 큰 직종이다. 정말 돈이 많은 갑부들은 월급날이라고,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고 마트나 중국집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수퍼갑부'들의 지출은 수입자동차, 귀금속, 땅 투자 등 국가 생산활동과 무관한 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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