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평화에 반발하는 극우 기독교

스카이7 2018. 4. 28. 00:23

타임(Time)紙

 

"한국의 보수적인 기독교도들은 왜 북한과의 화해 무드를 반기지 않나."

문대통령의 대북·통일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극우 성향의 한국 기독교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 새 시대가 열릴 것이란 새 희망을 불러일으켰지만, 한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역사적으로 늘 그랬듯 북한과의 화해 무드가 불편하기만 하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근대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미국 선교사들은 기독교를 한국 전역에 본격적으로 뿌리 내리게 했고, 한국 기독교는 점차 꽃을 피우며 미국에 강한 유대감을 갖는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을 형성해갔다. 이 보수적인 정치 집단은 통상 남북 정상회담에 반대해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을 '개입'으로 전환하면서 입장이 복잡해졌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북한전문 'NK뉴스' 컬럼니스트 피터 워드는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한, 한국 우익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이 신뢰하는 유일한 존재는 미국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40여년 사이 가난한 농경사회에서 세계 경제 대국으로 변모했고 수도 서울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첨단기술이 발달한 도시가 됐다. 사람들은 첨단설비가 구비된 '스마트 하우스'에 살며, 아이들은 가상현실 카페에서 여가를 즐긴다. 그러나 이같은 변모는 한국을 단절된 사회로 만들었고 세대간 삶의 경험이 극명하게 다르다.

 

노년층은 한국전쟁의 폐허를 경험했으나 젊은세대는 전쟁을 모른다. 사회적·정치적으로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세대간 공감도 어렵다. 많은 중년 한국인들은 가난 속에 성장해 독재에 항거한 민주주의 운동을 목격한 반면, 신세대는 풍요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자라는 특권을 누렸으나 실업난 속에 높은 생활비로 허덕이고 있다.

 

한국의 나이많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지금도 전시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적으로, 미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보는 정치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국인들은 미국을 구세주로, 미국의 종교인 기독교를 힘과 부의 근원으로 보게 됐다.

 

보수적 기독교는 전체적으로 반(反) 평양, 친(親) 워싱턴 경향을 갖는다. 이같은 이유로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대통령은 2016년 보수 진영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정치적 좌파의 부활을 상징하게 됐고 취임 이후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재개했다.

 

마노아 하와이대학교 해리슨 김 교수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문대통령에 대한 견해는 매우 비판적"이라면서 "그들은 문대통령을 북한의 꼭두각시, 또는 북한 지도층을 위해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는 '친북'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에 유명한 독립 투사들은 대다수가 기독교인이었다. 누군가는 기독교인들이 정치적 회로에 발을 들인 시작으로 주장하겠지만, 이들이 실제 정치적 주류로 부상한 것은 2008년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명박이 대통령에 선출된 때다.

 

김교수는 "이명박은 한국 보수 정당 뿐아니라 보수 기독교를 대표했다"면서 "한국의 전체적인 기독교 지형이 극우 경향을 띄게 됐고, 부와 권력을 쥔 한국의 특권 집단이 이들 교회와 연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김대중 정권에서 시작된 햇볕정책은 대부분 종료됐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적 조류 방향이 다시 바뀌고 문 대통령이 북한과 분위기를 새롭게 조성해가고 있는 가운데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 박근혜와 이명박이 모두 부정부패 혐의로 수감돼있어,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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