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삼 목사
100여 년 전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좋은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교회는 먹을 것을 주고 함 없는 자들의 편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한국교회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의 편이 되기보다는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때문에 현재 한국교회는 사회의 암 덩어리가 되어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기독교 내에서도 많다. 그중 하나가 팟캐스트 방송 <내가 복음이다>의 '카타콤 라디오'다. 2013년 방송을 시작한 '카타콤 라디오'는 기독교 내부 문제를 비판하며 교회 개혁을 외치고 있다.
'카타콤 라디오'에서 최근 '카타콤 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카타콤 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던데 어떤 사업인지 소개 부탁합니다,
"'카타콤 행복 프로젝트'는 처음에 저희가 시작한 방송인 <내가 복음이다>에서부터 시도를 한 건데요, 최근에 카타콤 라디오로 명칭을 바꾸면서 더 구체화 되었죠. 방송하면서 복음은 언제나 낮은 자들의 편이 되어야 하고, 힘없고 가난한 자들 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저 자신을 돌아보니 별로 하는 게 없는 거예요. 지금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생각은 오랫동안 해 왔습니다.
'행복'이란 단어를 만든 건 오래됐어요. '행복'은 '행동하는 복음'의 약자입니다. 중의적인 의미로 행복을 쓴 거죠. 그럼 어떤 일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현재 대부분 교회에서 하는 복지나 사회봉사와 관련된 일은 선별적 복지나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대응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변화시키는 일까지 하고 싶은 거죠. 이제 우리나라도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게 될 텐데, 그 아젠더를 던져서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정부나 국회에도 좋은 의미의 압력을 넣고 싶어요. 물론, 시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에도 지원하는 일도 함께해야 하고요."
- 대상이 종교와 무관한가요?
"여기서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할 거 같아요. 과연 종교적인 행동만 해야 신앙인 걸까요? 저는 점점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예를 들어 신앙은 전혀 없는데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분이 있고, 신앙인이라고 하면서 이명박 가카처럼 온갖 욕심과 탐욕에 절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더 신앙에 가까운가 하는 거죠. 제가 볼 때 이건 명목상의 신앙인일 뿐인 거지 진짜 신앙인은 아닌 거죠. 이런 기초에서 볼 때 우리의 신앙의 폭을 넓히자는 거예요.
저희가 지원하거나 함께하려는 분들도 크리스천이 아닐 수도 있어요. 신앙을 보지 않아요. 선교적인 차원으로 신앙 있는 사람만 돕지 않아요. 저는 그게 오히려 큰 차원의 선교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런 측면도 있어요. 기독교인이 세상의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는데 '이렇게 의식 있고 좋은 일 하는 기독교인도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잖아요. 기독교가 드러나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해석에 대한 문제인데 저는 오해가 있다고 봐요.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태도의 문제이지 방법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선한 일도 혼자 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게 더 좋겠죠.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차원에서 보면 세상에서 악한 사람들은 없앨 수 없다고 봐요. 그들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도 안 없어져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한 사람들이 힘을 더 많이 모으고, 그 사람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라고 봐요.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는 '너희가 선한 일을 했다고 잘난 척하지 마라'는 태도의 문제이지 방법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카타콤의 모토가 '복음을 지키는 낮은 사람들'이에요. 저희는 최대한 낮은 곳에서 그런 일을 해가겠지만 오히려 세상에 이런 일을 한다고 알릴 거예요.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게 아니라 왼손은 물론 오른손, 양발까지 다 알게 할 거예요. 그게 우리 시대와 맞아요."
- '카타콤 행복 프로젝트'를 지금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헌금에 대한 문제였어요. 교회를 다니지만 자기가 드리는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어려운 상황에서 십일조 등 헌금을 했는데, 목사의 개인적인 일에 사용되거나 공정하게 사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예배당 건축을 포함해서요. 또 가나안 성도들도 기부나 헌금을 드리고 싶은데 신뢰할 데가 없어서 못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한국교회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도 말씀드렸잖아요. 악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었지만 악한 사람들이 힘을 얻으면 안 돼요. 악한 사람이 힘을 얻지 못하도록 하려면 결국 돈이에요. 돈을 조금이라도 선한 곳으로 옮겨 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무조건 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에게 헌금해 주시면 그 헌금으로 정말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거죠. 최대한 운영도 투명하게 할 것이고 집행도 가능한 투명하게 할 거예요. 모든 것을 공개할 거에요. 또 저희는 홍보 등 운영비 30%를 뺀 70%는 반드시 현장에 가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시작할 거예요. 저희에게 헌금을 보내주시면 정말 잘 사용할 겁니다."
- 기존 교회에서 말하는 건 헌금을 자기가 출석하는 교회에 내야지 다른 곳에 내면 안 된다고 하거든요, 이에 대해 뭐라고 답변하겠어요?
"교회에 대한 개념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교회에는 우주적 교회와 소위 말하는 지역교회가 있는 데요. 한국교회는 우주적 교회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그리스도의 몸을 중심으로 해서 모두가 한 교회인 걸 카톨릭 처치(교회)라고 하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카톨릭은 로만가톨릭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주적인 교회 한 몸이 교회인 가톨릭 처치를 말하는데 한국교회는 그 개념이 너무 없어요.
저희 방송 청취자들이 몇만 명 되는데, 그 청취자들이 그냥 청취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방송 자체가 하나의 교회라고 생각해요. 우주적 교회의 개념인 거죠. 그렇다면 본인이 어느 교회를 출석하더라도 확신이 없는 헌금을 드리는 것보다는 확신을 할 수 있는 곳에 헌금을 드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건강하지 못한 교회라고 해서 떠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교회를 떠날 수는 없지만, 그런 교회들이 힘을 얻지 못하도록 헌금이라도 제대로 된 곳에 보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기부 단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발생해서 기부를 주저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그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부단체들이 이걸 다 눈먼 돈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소위 말하는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분들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기부하려는 분들이 상처받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유튜브와 팟캐스트로 방송하는 단체이지만 조그만 힘이라도 모아 열매를 맺어야겠다고 한 게 이 일입니다. 사람이 투명하면 죄를 못 지어요. 숨겨 있으면 죄를 짓는 게 쉽죠. 저희는 최대한 투명하게 하자는 거예요. 저희가 모범이 되는 단체가 되어 다른 단체에도 경종을 울려야죠."
- 어떻게 투명하게 할 건지 방법론 같은데.
"전 그 방법론이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하면 돼요. 어떻게 쓸 것인지 소통도 하고 투명하게 하면 되는 거예요. 투명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니 최대한 투명하게 하면 된다고 봅니다."
-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두 가지예요. 사람과 돈이죠. 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후원금을 보내셔도 좋고 헌금, 심지어 십일조를 보내주셔도 좋다고 봅니다. 보내주시면 저희가 그 돈은 최대한 투명하게 할 거예요.
또 하나 사람이죠. 사람이 없으면 압력이 생기질 않아요. 추모비 같은 걸 세우는 일을 해보자고 하는 데 이건 돈만으로는 안 되잖아요. 사람들이 몰려가 회사에 압력을 넣어야 하거든요. 모금은 통장으로 하고 사람은 커뮤니티로 모아야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Power of one>이라고 남아공에서 있었던 이야기인데,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과 관련된 영화예요.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거든요. 기사를 접하시는 분도 나 한 사람이 뭘 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한 사람이 혼자일 때는 어렵겠지만, 한 사람이 여러 명이면 그 힘은 커져요. 우리가 촛불을 경험했잖아요. 모인 한 사람이 천만 명이 넘으니 못된 대통령도 물러가게 했고 정권도 심판했어요. 세상을 바꾸기에는 너무 먼 길이지만 한 사람이 힘을 합쳐서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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